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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가쿠다 미쓰요 짧은 독후감

by Jason J 2017.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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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지배받는 사람들의 이야기.

하지만 돈을 움직이는 재벌이나 CEO들의 이야기가 아닌,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리카'는 자신이 일하던 은행에서 1억엔을 빼돌리고 태국으로 도망친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저 실적이 조금 좋은 편인 리카가 어쩌다 돈을 횡령하게 되었을까?

엄청난 계획범죄도 아니고 원한 때문도 아니다.

리카는 분명히 조금만 쓰고 갚으려고 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이 훔친 계좌의 주인에게도 명랑하게 대할 수 있었다.


돈을 훔쳐 내연남에게 쓰며 허세부리는 리카와

성실한 은행직원 리카는 마치 따로 존재하는 듯하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리카와 마찬가지로 모두 두 가지의 자신을 가지고 살아간다.

항상 살아오던대로 평범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본인과

돈의 씀씀이에 따른 남의 시선 때문에, 순간의 허세때문에 돈의 노예가 된 본인.


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돈놀음을 많이 해봤나 싶을 정도로 돈에 관한 사람의 심리를 아주 잘 표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백화점에서 이것 저것 갖다 대보는 점원에게 들고 있는 걸 모두 달라고 말하며 계산하는 순간 후회하는 심리.

할부로 하냐고 물어보면 난 그렇게 돈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듯이 '일시불'을 읊조리는 심리.

비싼 레스토랑에 가면 마치 자주 오는 가게인 척하는 그런 심리.


사실은 아무도 상관 안 하지만

'내가 이러면 너무 구려보일까?'

하는 생각에 과소비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남편, 그런 사람의 전 애인의 이야기.



 ‘종이달’은 무슨 뜻을 함축하고 있을까? 

사진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 옛날 일본의 사진관에서는 초승달 모양의 

가짜 달을 만들고 그 밑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한껏 포즈를 잡으며 행복한 얼굴로 가족 혹은 연인과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긴 것이다. 

거기에서 비롯되어 ‘종이달’이라고 하면, 연인이나 가족과 보낸 가장 행복한 한때를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이 상징하는 ‘종이달’은 주인공의 행복했던 한때, 

그러니까 지금에 와서는 가질 수 없는 덧없는 시간이자, 허영과 위선의 도구였던 돈을 뜻한다.


출판사 서평 中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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